본문 바로가기

Ethiopia

[Ethiopia]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모니 분나 마프라트

 

다도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중요한 예절 중 하나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다도만큼 중요한 의식이 분나 마프라트이다.

분나라는 말은 암하리어로 '커피', 마프라트는 '의식' 이라고 하며 통상 영어로는 Coffee ceremony라고 한다.

잘 볶아진 커피 원두

에티오피아를 왔으니 다른 것을 제쳐두고 제일 먼저 커피.세레모니인 분나를 경험하고 싶었다.

아디스아바바 시내에 가서 아무 커피 전문점에서 분나를 체험하기에는 좀 찝찝해서 그나마 검증된 힐튼호텔 내부에 있는 곳에서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모니를 경험하기로 했다.

커피 세레모니는 커피 로스팅, 그라인딩, 브루잉의 전 과정을 그 자리에서 천천히 진행한다. 제대로 경험하면 2~3시간 정도 걸리며 그 사이에 주인과 손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담소를 나눴을 것이다.

가지런히 놓인 커피잔들

 

생각해보니 참 낭만적이고 지혜로운 손님 접대문화이다.
천천히 원두를 고르고 이를 볶으며 그윽한 커피향으로 방안을 채우고 볶아진 원두를 갈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제베나라는 주전자에 끓여진 커피를 같이 나누며 오랜 정성을 통해 입안을 가득 채울 커피향을 마신다.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주인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시간이 담긴 선물이기에 더 특별하리라...

 

잘 달궈진 숯: 저 위에 석쇠를 놓고 등심을 구울 수 있다면...

로스팅을 하는 모습은 직접 못 봤지만 갓 로스팅을 끝낸 원두의 모습은 봤다. 로스팅 기계에 비해 원두의 사면이 골고루 볶아진 것은 아니지만 신선한 원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소한 원두향이 느껴졌다.

재미로 로스팅된 원두를 씹어봤는데 고소한 볶은 콩 맛이난다. 오래된 원두에서 느끼게 되는 씁쓸한 맛과 군내가 전혀 없다.

이래서 생두의 유통기간이 중요한 듯 하다.

갈아진 카피가루는 위에 보이는 제베나에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전기 포트에서 느끼는 격렬한 끓임은 없지만 주전자 전체가 숯을 통해 달궈지면서 만드는 은근한 끓임이 있다. 주전자 입에서 수줍게 나오는 김이 이를 말해준다.

제베나라는 커피 주전자

끓인 커피는 커피잔에 담기게 된다.

커피잔에는 손잡이가 없다. 그냥 물컵처럼 잔 전체를 잡아야한다. 이것 또한 급하게 커피를 마시지 말고 식기 전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혼자 추측을 해본다.

드디어 나온 커피

드디어 맛보게 되는 커피 한모금 (a sip of coffee)
양은 아메리카노 급이지만 맛이 강도는 에스프레소 급이다.

평소에도 매일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나로서는 참 독특한 경험이다. 일반 에스프레소에 비해 뒷맛이 쓰지만 입 전체에 남게되큰 잔향은 좀 특이했다.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에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추출하기에 크레마(금색 거품)가 풍부하지만 커피 세레모니 커피에서는 크레마를 찾아볼 수 없다. 크레마는 오래 끓이는 과정에 미리 날아갔을 것이다. 크레마가 걷히고 나니 로스팅된 원두의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 굳이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깊게 우린 보리차라고 할까?

비록 분나 전체를 본 것은 아니지만 커피 대접을 통해 손님을 대하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