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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한 어느 가을 금요일밤이었다.

야탑 인근 설렁탕집에서 전화로 어느 여자분께서 택시를 호출하셨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설렁탕집에 도착했고 한 5분 정도 손님을 기다렸다. 이윽고 두분의 중년 여성께서 택시에 탑승하셨다.
마지막에 식당불을 끄고 부지런하게 나오시는 모습을 보니 설렁탕집 손님은 아니고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이셨던 것 같다. 두분의 손님이 택시에 타는 순간 설렁탕집의 진한 국물 냄새가 택시 안에까지 전해졌다. 백미러로 보이는 두 중년 여성분의 모습은 피곤 자체였다. 피곤한 몸을 맡기고 두분의 중년 여성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보통 중년 여성분들은 택시 기사의 말을 잘 받아줘서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손님 늦게까지 일하시고 퇴근하시는 길이신가봐요?"

"네 저희는 항상 이 시간에 퇴근을 해요. 집이 성남 xxx동인데 버스를 타고 집에 가자니 너무 몸이 힘들어서 매일 택시를 타고 퇴근을 해요."

늦게까지 일하시고 택시타고 퇴근하시는 두 분의 삶이 더 궁금해졌다. 
"그럼 보통 몇시에 출근하세요?"

"저희는 들어가자마자 씻고 바로 자야해요. 아침에 보통 5시 30분 정도 집에서 출발해야 회사에 아침 6시까지 도착하거든요. 아침 일찍 식당와서 청소하고 설렁탕 끓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아침 장사를 할 수 있어요."

"그럼 아침에는 어떻게 출근하세요?"

"저희는 아침에도 택시를 타야해요. 저희같은 사람은 택시가 없으면 생활이 안되요. 아침 5시 30분에 나오면 버스도 없고 회사에 늦어요. 제 시간에 도착하려면 저희는 아침에도 택시를 타야해요. 한달에 택시비가 꽤나 나오는데 뭐 어쩔 수 없죠."

몇 마디를 나누고 피곤한 그분들에게 쉬는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여쭤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그냥 침묵을 지켰다. 피곤한 몸을 택시에 맡기고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시는 두 중년 여성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뭔지 모를 뿌듯함이 차올랐다. 내가 누군가에 무엇인가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과 나의 서투른 운전대가 누군가에게는 휴식이 되었다는 자랑스러움이 교차했다.

어느덧 택시는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었고 손님들은 마그네틱이 닳은 카드를 내밀어 결제를 하셨다. 그들의 피곤함 삶을 보니 요금을 받기가 미안해졌지만 그래도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카드를 받고 요금 결제를 했다.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본다.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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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0월부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간이 날때마다 집 근처에 있는 법인택시 운수사에서 차량을 빌려서 운전을 하고 있다.
한번 나가면 짧게는 5시간 길게는 8시간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온다. 무더웠던 가을날에 시작해서 폭설이 오는 겨울까지 한 계절을 겪으면서 이제 시간이 될때마다 운전을 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우버 한국 대표로서 우버와 타사의 차이점을 알고 기사님과 승객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전대를 더 잡을수록 내가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삶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고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어졌다. 마치 역사드라마를 보면 왕궁에서 뛰쳐나와 몰래 한양 저잣거리를 몰래다닐 때 저잣거리의 생동감과 날 것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듯, 나 역시도 주말에 운전대를 잡으면 택시 운전석에서 만나게 되는 세상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퇴근하기가 싫어진다.

택시운전석에서 바라본 세상은 새삼스럽게 다를 것은 없다. 퇴근하는 사람들, 회식하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집에가는 사람들, 밤늦게 학원을 마친 학생들, 장보러 가는 식당 아주머니, 노인분들 등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 택시를 이용한다. 하지만 평범한 이웃들이 담아내는 그들의 삶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양한 삶에 대한 이해와 지혜들을 배우게 된다.

전국에는 약 240,000여명의 택시 기사님들이 계신다. 240,000명 정도이면 지방 중소도시 정도의 인구인데 그 동안 우리는 택시기사님들을 너무 하나의 직업군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들 안에도 분명히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있고 각자의 개성이 있다. 하지만 너무 우리가 일방적으로 2400,000명을 택시기사라는 카테고리에 가둬버린 것은 아닐까?

주말에 택시를 통해 다양한 이웃들을 만난 다음 월요일에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면 좁은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비슷한 사람들을 통해 이해하는 세상이 가끔은 너무나 좁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가끔 일이 안풀리고 답답하면 택시 운전대를 잡으면서 생각을 할 때 일이 풀릴 때도 있다. 

1.3평 작은 공간에서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일반 승객들이 잘 몰랐던 택시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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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하게도 지난 3~4년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았다.

"그냥 좋았다"라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기억들이고 분명 글로 남기고 공유를 하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경험이라고 믿기에 감히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연말에 쉬면서 한해를 정리를 해봤다. 나이는 들어가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수록 잘 익어가는 와인처럼 매년 썩지 않고 성숙해져 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자뻑일수도 있지만 감사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잘 성숙한다는 느낌이 들까 반추해보니 8할 정도는 너무나 좋은 경험을 통해서 삶의 지경이 넓어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가 깊어지고 다양성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삶의 근육이 생겨서가 아닐까?

그럼 구체적으로 왜 글쓰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적어보겠다.

1.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익히 많이들 알고 있는 말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작게는 기록하지 않으면 내 기억속에서 잊혀진다. 크게보면 기록되지 않는 인생은 후세에도 잊혀진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은 젊은시절 좋아했던 가수의 죽음을 생각할 때 좀 더 뚜렷이 나에게 다가온 것 같다. 고등학교때부터 전람회를 좋아했다. 대학가요제에서 "꿈속에서"를 듣는 순간 저 형님들은 우승이라는 직감을 했고 그 이후로 팬이 되었다. 팬심에 그들과 동문이 되고 싶어서 대학 진학을 했고 비슷한 음악의 길을 맛보기 위해 1,2학년 때는 남성합창단 동아리 활동도 했다. 그 중 서동욱은 학교와 그리고 나중에 내가 이직을 했던 맥킨지에서 전설적인 존재였다. 직접 같이 일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가 떠난 후에 팬심으로서 그리고 비슷한 커리어의 궤적을 걸어왔던 선배를 추모하는 마음에 그의 음악을 잠잠히 듣게 되었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썼던 감수성 넘치면서 뭔가 철학적인 가사는 그의 세상에서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듣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 이후 그가 아들을 위해 만든 이메일에 고인이 된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메일로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노래와 글을 계속 남아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그의 아들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어 가는 것이 참 부러웠다.

그러면서 나도 뭔가 나의 경험을 남기고 싶고 자녀들과 후배들에게 미천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미숙한 "라떼는 말이야" 스토리가 아닌 뭔가 삶에서 응축이 되어서 나오는 진한 콩물과 같은 이야기들을 조금씩 남기고 싶어졌다.

지난 3~4년 동안 베트남과 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오해를 했던 우리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들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가볍게 풀어낸다면 뭔가 의미있는 메시지들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구체적이 몇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첫번째는 최근 시작한 택시기사로서의 경험이다. 처음에는 사업에 도움이 되고자 주말마다 택시 운전을 했는데 요즘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리고 그들로부터 한국 사회의 맨살을 보는 것 같아서 계속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예전 홍세화 작가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처럼 한국의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나누고 싶다. 또 다른 하나는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베트남 친구들이 너무나 좋다. 가능하면 그들과 계속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베트남 및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내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 같이 일을 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가 된다면 점점 잊혀져가는 2.5년간의 베트남 생활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글로 정리하고 싶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의 유입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때에는 알짜배기 정보와 그 정보로부터 오는 금값은 교훈들이 쉽게 망각속으로 사장되어 간다. 이렇게 사장되었던 그리고 지금도 사장되었던 경험들이 너무나 아까워서 시간을 내어 조금씩 기록을 하려고 한다.

9.11 테러를 추억하는 공간 Ground Zero

2. 생각의 정리
글을 뱉으면 이상하게도 흩어졌던 생각들이 문장과 문단 아래로 알아서 오와 열을 맞추어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첫번째 커리어에 대한 책도 사담에서 뱉었던 말들을 구글닥스에 한번 정리를 해봤고 이러한 글들이 모여져서 목차를 만들고 구조화를 시켜서 글을 정리하다보니 나름 그럴싸한 책 형태로 출간이 되었다. 여전히 내 머리 속에는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 너무나 많고 내 뇌속 구천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리더십, 조직문화, 경쟁, 전략, 화이트 칼라의 종말, 한국 교육의 현실, 미래의 일자리, 운동과 정신건강, 은퇴 후의 삶 등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있고 각 생각들 밑에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여전히 뇌속에서 떠들고 있는 듯하다.

따뜻한 차한잔을 마시며 뺄 생각들과 더할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글을 정리하면 뭔가 지저분했던 방안을 대청소를 한 듯한 뿌듯함과 깔끔함을 느낀다. 가끔은 너저분하게 흩어졌던 생각의 퍼즐들이 이리저리 맞춰지게 되는 것을 보면서 멋진 생각의 프레임워크와 나름대로의 개똥철학 이론이 나오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왜 글쓰기가 생각의 힘을 기르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과거에 여러 시험에서 글쓰기로 사람을 평가했는지 알 것 같다. 

요즘 시대는 정보가 넘쳐나다보니 나 역시도 상대적으로 생각을 덜 하게 되는 것 같고 그 동안을 글을 쓰는 근육이 약해졌던 것도 글쓰기를 게을리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을 하더라도 깔금하게 요약해주는 쇼츠의 영향인지 스스로 요약하고 구조화하는 사고력이 점점 더 약해지는 것 같다. 점점 사고의 기능이 약해져서 무뇌충이 되어가기 전에 글쓰기라는 조그마한 덤벨을 들어본다. 언제 '3대에 500'치는 글쓰기가 나올까?

3. 다양한 삶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주변의 다양한 삶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뭔가 화려하지는 않고 밋밋한 수묵화처럼 일상의 삶에 눈길이 가는 때가 있다.

강아지랑 산책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노부부들을 통해 "저 분들을 어떻게 살아왔길래 저렇게 행복하고 여유롭게 늙으실 수 있으셨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택시를 타면서 택시 기사님들이 건네주시는 삶의 조언들을 들을 때가 있다. "은퇴 후가 중요하니 가족들에게 충실해라", "몸관리 못하면 아무런 의미 없다", "택시 운전석에서 대한민국 실물 경제가 느껴진다" 등등 그들의 지혜를 들을 때면 뭔가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우리 이웃들의 작고도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돌볼 수 있도록 글이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느긋하게 걸었던 호치민 강가 풍경

4. 생업을 위한 마케팅 채널 육성
아직도 한국에는 우버가 사용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우버 자체는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써본 적도 있는 한국 고객분들은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 우버가 쉽고 빠르게 잘 잡힌다는 것을 아시는 분은 생각보다 적다. 또 거대 독점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다보니 그 시장에 진입해서 성장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래서 택시와 관련된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사업 성장을 위한 마케팅 채널로서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밝히겠지만 요즘 주말마다 시간이 되면 집 근처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버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전대는 잡았다. 하지만 점점 운전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택시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매력에 흠뻑 빠졌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성 있는 택시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사람들이 택시라는 공간을 재해석하고 택시 기사님들을 다르게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택시 운전을 할때마다 생각들을 조금씩 정리중에 있다. 이후에 글이 잘 정리가 되고 많은 분들에게 공유가 되면 우버 마케팅 채널 컨텐츠로서 파급력있는 채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된 컨텐츠의 힘을 믿는다. 쇼츠, 릴스, 인스턴트 마케팅, 클릭을 유도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넘쳐나는 지금 시대에 꾸준히 소박하게 전달되는 평양냉면같은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 한겨울에도 평양냉면을 찾듯이 시대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컨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내가 꿈꿔왔던 업덕일치가 아닐까?

마케팅 효과가 없다라도 좋다. 왜냐하면 적어도 글은 남아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는 읽히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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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Scribens] 커리어 근황  (3)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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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년 4개월만에 글을 올리는 것 같네요.

 

제 브런치의 구독자분들은 많이 궁금하실 것 같아요.

"커리어에 대해 글을 쓰던 그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조용하지?"

"이 놈 무슨 사고치고 잠적한 것 아냐?"

"그래 너는 얼마나 잘 되었나 보자?"

 

지난 3년 4개월 정도 나름 절필(?)에 대한 변명을 굳이 드리자면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정말 바빴습니다.

- 지난 3년 4개월 허투루 살지 않았고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만큼 후회없이 열심히 살았고 그 동안 배운 성장 경험은 너무나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 조직의 리더가 되고 나니 제 생각을 정리해서 기록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 그러다보니 글로 뭔가 정리를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도 메일과 밀린 메시지들을 확인해야 했고 주말에는 골프 약속과 개인 운동 프로젝트를 하느라 진득하게 앉아 문자로 기록하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2. 그 동안 제 블로그와 책 내용들이 좀 부끄러워졌습니다.

- 특히 책을 출간한 이후에 저는 제가 책을 썼다는 이야기를 잘 안하고 다닙니다.

- 조직에서 리더 자리에 있고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제가 썼던 글들이 이직에 대한 잔바리(?) 재주만 나열했다라는 부끄러움이 생겼습니다.

- 커리어, 이직, 직장 생활에 대한 담론화 시킬 수 있는 더 좋은 컨텐츠들이 있는데 제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너무 이직 기술자(?) 같은 내용 위주라서 좀 창피했습니다. 

- 뭐 그렇다고 "당신의 끝은 그 회사가 아니다"라는 책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것 아닙니다. 이직에 있어서 필요한 스킬들과 좋은 관점들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3. 글로 남기기 전에 좀 더 의미있는 경험을 해보자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 제 글의 미천함(?)과 밑천을 보이면서 뭔가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가리고자 현학적이고 진실되지 않은 글은 쓰기 싫었습니다.

- 좀 더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더 경험을 해보고 그 경험이 응축된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또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 해당 내용들은 이제 천천히 풀어가고자 합니다.

 

자 그럼 제일 궁금하신 부분인 그 동안 어디서 뭘하고 살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1. 2021년 3월~2023년 9월

<베트남 배민 취임시 찍은 사진>

- 저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2년 6개월 정도 살면서 베트남 배민 사업을 이끌었습니다.
-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3월에 들어가 생전 처음으로 아파트 밖에도 못나가는 lock-down도 경험해보고 제 콧구멍은 면봉으로 엄청난 난도질을 당했습니다.
- 배민 베트남은 저에게 너무 행복한 추억이고 아직도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베트남으로 다시 가고 싶습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 보따리들이 너무 많으니 stay tuned

2. 2023년 9월~ 지금

우버 리브랜딩데이
교통정리하다 찍힌 파파라치컷

- 한국으로 돌아와서 우버 한국 사업을 이끌고 있거나 이끌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 음식배달하다가 택시운전을 하는 플랫폼으로 옮겼는데 재미있고 배울 점이 많은 곳입니다
- 맞습니다. 초콜릿 원료가 되는 카카x 모빌리티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기업에서의 리더십 경험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고 좋은 성장의 기회입니다.

다시 글쓰는 플랫폼으로 돌아와서 반갑습니다. 다시 친정에 온 느낌입니다. (아니다...저는 남자이니 부모님댁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글로 주저리 주저리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 너무나 기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여러분들께서 드시는 또 다른 질문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럼 왜 다시 글쓰기로 마음 먹었는데?"

장황한 답변은 그 다음 글에서 적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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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중요한 예절 중 하나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다도만큼 중요한 의식이 분나 마프라트이다.

분나라는 말은 암하리어로 '커피', 마프라트는 '의식' 이라고 하며 통상 영어로는 Coffee ceremony라고 한다.

잘 볶아진 커피 원두

에티오피아를 왔으니 다른 것을 제쳐두고 제일 먼저 커피.세레모니인 분나를 경험하고 싶었다.

아디스아바바 시내에 가서 아무 커피 전문점에서 분나를 체험하기에는 좀 찝찝해서 그나마 검증된 힐튼호텔 내부에 있는 곳에서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모니를 경험하기로 했다.

커피 세레모니는 커피 로스팅, 그라인딩, 브루잉의 전 과정을 그 자리에서 천천히 진행한다. 제대로 경험하면 2~3시간 정도 걸리며 그 사이에 주인과 손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담소를 나눴을 것이다.

가지런히 놓인 커피잔들

 

생각해보니 참 낭만적이고 지혜로운 손님 접대문화이다.
천천히 원두를 고르고 이를 볶으며 그윽한 커피향으로 방안을 채우고 볶아진 원두를 갈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제베나라는 주전자에 끓여진 커피를 같이 나누며 오랜 정성을 통해 입안을 가득 채울 커피향을 마신다.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주인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시간이 담긴 선물이기에 더 특별하리라...

 

잘 달궈진 숯: 저 위에 석쇠를 놓고 등심을 구울 수 있다면...

로스팅을 하는 모습은 직접 못 봤지만 갓 로스팅을 끝낸 원두의 모습은 봤다. 로스팅 기계에 비해 원두의 사면이 골고루 볶아진 것은 아니지만 신선한 원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소한 원두향이 느껴졌다.

재미로 로스팅된 원두를 씹어봤는데 고소한 볶은 콩 맛이난다. 오래된 원두에서 느끼게 되는 씁쓸한 맛과 군내가 전혀 없다.

이래서 생두의 유통기간이 중요한 듯 하다.

갈아진 카피가루는 위에 보이는 제베나에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전기 포트에서 느끼는 격렬한 끓임은 없지만 주전자 전체가 숯을 통해 달궈지면서 만드는 은근한 끓임이 있다. 주전자 입에서 수줍게 나오는 김이 이를 말해준다.

제베나라는 커피 주전자

끓인 커피는 커피잔에 담기게 된다.

커피잔에는 손잡이가 없다. 그냥 물컵처럼 잔 전체를 잡아야한다. 이것 또한 급하게 커피를 마시지 말고 식기 전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혼자 추측을 해본다.

드디어 나온 커피

드디어 맛보게 되는 커피 한모금 (a sip of coffee)
양은 아메리카노 급이지만 맛이 강도는 에스프레소 급이다.

평소에도 매일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나로서는 참 독특한 경험이다. 일반 에스프레소에 비해 뒷맛이 쓰지만 입 전체에 남게되큰 잔향은 좀 특이했다.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에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추출하기에 크레마(금색 거품)가 풍부하지만 커피 세레모니 커피에서는 크레마를 찾아볼 수 없다. 크레마는 오래 끓이는 과정에 미리 날아갔을 것이다. 크레마가 걷히고 나니 로스팅된 원두의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 굳이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깊게 우린 보리차라고 할까?

비록 분나 전체를 본 것은 아니지만 커피 대접을 통해 손님을 대하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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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니 집에 귤이 넘쳐흐른다. 평소에도 심심풀이로 먹는 귤
그 중애서도 귤 껍질, 귤피가 몸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잔류농약이다.

이번에 제주도 여행에서 방문한 굼벵이 농장에서 수확한 무농약 감귤이 수확되었다고 해서 주문해서 먹어 보았다.

결과는 대만족!

10kg한 박스에 3만원으로 가격이 좀 있지만 무농약이라는 것 때문에 그리고 귤껍질을 먹으려고 구입했다.

구매 주문서에는 다음과 같이 안내되어 있다.

굼벵이 농장 옆 귤밭에서 농약, 제초제, 성장호르몬제, 착색처리 일절 없이 굼벵이 똥을 거름으로 삼아 길러낸 무농약 노지 감귤.

그리고 감귤칩도 주문했다
이게 대박이다.

감귤을 따서 슬라이스를 낸다음 바로 건조기에 말려 칩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맛이 일품이다.

감귤로 이러한 칩을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향과 맛이 탁월하다는 점이 감동이다. 특히 그 맛은 귤의 진한 에센스를 농축해놓은 맛으로 달콤하면서 새콤함이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온다.

드디어 귤 개봉 박두.
표면이 거친 것을 보니 정말 약품을 쓰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껍질채 먹어보기 위해 물로 씻었다. 먼지정도는 묻어 있을 것 같아서 흐르는 물에 헹구는 수준...

한입을 껍질채 베어 먹었는데 맛의 신세계를 느꼈다. 귤껍질이 이렇게 진하고 맛있는지 처음 느꼈다.

과육은 탱글탱글 살아있고 바깥으로 진한 감귤향이 입안에 퍼진다.

그 다음에 먹어본 감귤칩

진짜 맛있다. 아이들은 젤리를 내팽개치고 먹을 것 같은 달콤 새콤함이 살아있다.

식감은 프링글스인데 맛은 새콤달콤 농축맛이다.

과육이 호박처럼 박제된 것이 너무나 신기해서 빛에 비추어봤다. 수확한 이후 바로 건조작업에 들어가서 그런지 과육의 입자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 감귤칩은 정말 하루종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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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는 깔끔하게 잘 정돈된 교육 도시이다. 옥스퍼드 캠퍼스를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되어 있으며 도시 전체가 활기차다. 캠브릿지와 비교할 때 난 개인적으로 옥스퍼드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캠브릿지는 좀 한산한 느낌이 있어서...

크라이스트 처치 내부 학생식당. 점심이 끝난 시간이라서 그런지 음식 냄새가 좀 난다. 왜 이렇게 요란하게 식당을 만들었을까 생각해봤다.

내가 졸업한 MBA도 과다하다 싶도록 식당을 잘 해놓았다. 왜 유럽에는 식당에 투자를 많이할까 생각해보았는데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유럽은 식사를 네크워킹 기회로 생각하고 특히 학교에서는 식사자리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 대학 캠퍼스이다.

그래서 로비같은 입구에 고풍스런 테이블을 설치하는 것 같다.

옥스퍼드 가는 길.
구름이 화창하다.
낮게 떠오른 너무나 예쁜 구름




크라이스트 처치 한 곳에는 옥스퍼드 동문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이런 사진을 보며 학생들은 "나도 언젠가는 저기에 내 사진을 걸어야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위의 사진은 감리교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

영국국교회 사제/장로목사였던 아버지 새뮤얼 웨슬리의 밑에서 엄격한 신앙 교육을 받고 자라났다. 경건과 현실 영성을 중요시 여긴 그는 열정적인 경건주의자이다.




크라이스트 처치 인근을 보여주는데 애들은 해리포터에만 관심.

옥스퍼드 캠퍼스 주위는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 많다. 때마침 날씨가 좋아서 즐겁게 산책할 수 있었다.

우리 딸은 앨리스 샵에서 득템하셔서 신이 났다.

캠퍼스 인근을 산책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 옥스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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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킹스턴에 왔을 때, 리치몬드 공원이 가까이 있어서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속으로 뭐 그냥 동네 공원이겠지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막상 리치몬드 공원을 방문하니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차로 공원안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데 10km정도 된다. 시속 20km제한 규정이 있으니 거의 3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이곳은 13세기부터 왕실의 사냥터로 사용이 되었다. 1637년 찰스 1세는 이 곳을 벽돌로 담을 쌓아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다고 한다.

우리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라 실내복 바람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갔다.

잔디밭에서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좋다.

사슴들이 야생상태로 뛰어다니고 있고 사람들은 운동을 하고 있다.

그냥 광활하다. 런던이라는 거대한 도시 안에 이런 거대한 공원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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