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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한 어느 가을 금요일밤이었다.

야탑 인근 설렁탕집에서 전화로 어느 여자분께서 택시를 호출하셨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설렁탕집에 도착했고 한 5분 정도 손님을 기다렸다. 이윽고 두분의 중년 여성께서 택시에 탑승하셨다.
마지막에 식당불을 끄고 부지런하게 나오시는 모습을 보니 설렁탕집 손님은 아니고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이셨던 것 같다. 두분의 손님이 택시에 타는 순간 설렁탕집의 진한 국물 냄새가 택시 안에까지 전해졌다. 백미러로 보이는 두 중년 여성분의 모습은 피곤 자체였다. 피곤한 몸을 맡기고 두분의 중년 여성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보통 중년 여성분들은 택시 기사의 말을 잘 받아줘서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손님 늦게까지 일하시고 퇴근하시는 길이신가봐요?"

"네 저희는 항상 이 시간에 퇴근을 해요. 집이 성남 xxx동인데 버스를 타고 집에 가자니 너무 몸이 힘들어서 매일 택시를 타고 퇴근을 해요."

늦게까지 일하시고 택시타고 퇴근하시는 두 분의 삶이 더 궁금해졌다. 
"그럼 보통 몇시에 출근하세요?"

"저희는 들어가자마자 씻고 바로 자야해요. 아침에 보통 5시 30분 정도 집에서 출발해야 회사에 아침 6시까지 도착하거든요. 아침 일찍 식당와서 청소하고 설렁탕 끓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아침 장사를 할 수 있어요."

"그럼 아침에는 어떻게 출근하세요?"

"저희는 아침에도 택시를 타야해요. 저희같은 사람은 택시가 없으면 생활이 안되요. 아침 5시 30분에 나오면 버스도 없고 회사에 늦어요. 제 시간에 도착하려면 저희는 아침에도 택시를 타야해요. 한달에 택시비가 꽤나 나오는데 뭐 어쩔 수 없죠."

몇 마디를 나누고 피곤한 그분들에게 쉬는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여쭤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그냥 침묵을 지켰다. 피곤한 몸을 택시에 맡기고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시는 두 중년 여성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뭔지 모를 뿌듯함이 차올랐다. 내가 누군가에 무엇인가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과 나의 서투른 운전대가 누군가에게는 휴식이 되었다는 자랑스러움이 교차했다.

어느덧 택시는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었고 손님들은 마그네틱이 닳은 카드를 내밀어 결제를 하셨다. 그들의 피곤함 삶을 보니 요금을 받기가 미안해졌지만 그래도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카드를 받고 요금 결제를 했다.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본다.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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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0월부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간이 날때마다 집 근처에 있는 법인택시 운수사에서 차량을 빌려서 운전을 하고 있다.
한번 나가면 짧게는 5시간 길게는 8시간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온다. 무더웠던 가을날에 시작해서 폭설이 오는 겨울까지 한 계절을 겪으면서 이제 시간이 될때마다 운전을 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우버 한국 대표로서 우버와 타사의 차이점을 알고 기사님과 승객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전대를 더 잡을수록 내가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삶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고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어졌다. 마치 역사드라마를 보면 왕궁에서 뛰쳐나와 몰래 한양 저잣거리를 몰래다닐 때 저잣거리의 생동감과 날 것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듯, 나 역시도 주말에 운전대를 잡으면 택시 운전석에서 만나게 되는 세상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퇴근하기가 싫어진다.

택시운전석에서 바라본 세상은 새삼스럽게 다를 것은 없다. 퇴근하는 사람들, 회식하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집에가는 사람들, 밤늦게 학원을 마친 학생들, 장보러 가는 식당 아주머니, 노인분들 등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 택시를 이용한다. 하지만 평범한 이웃들이 담아내는 그들의 삶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양한 삶에 대한 이해와 지혜들을 배우게 된다.

전국에는 약 240,000여명의 택시 기사님들이 계신다. 240,000명 정도이면 지방 중소도시 정도의 인구인데 그 동안 우리는 택시기사님들을 너무 하나의 직업군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들 안에도 분명히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있고 각자의 개성이 있다. 하지만 너무 우리가 일방적으로 2400,000명을 택시기사라는 카테고리에 가둬버린 것은 아닐까?

주말에 택시를 통해 다양한 이웃들을 만난 다음 월요일에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면 좁은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비슷한 사람들을 통해 이해하는 세상이 가끔은 너무나 좁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가끔 일이 안풀리고 답답하면 택시 운전대를 잡으면서 생각을 할 때 일이 풀릴 때도 있다. 

1.3평 작은 공간에서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일반 승객들이 잘 몰랐던 택시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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