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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노하우 공개

[여행노하우] 배움으로서의 여행



여행의 본질은 뭘까?

딱히 답이 없는 it depends on 질문이다.

어떤 사람은 쉼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노는 것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것라 한다.

자녀가 유치원 이상인 부모들은 여행을 통한 학습 효과를 생각 안할 수 없다.

여행을 통해 책으로만 보던 곳을 실제로 경험하며 아이들의 견문이 넓혀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견문이 넓히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이 절대적이다.

개인 경험 상 아이에게 사전에 지식을 알려줘야 하며 적절한 질문들을 잘해야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것은 부모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여행 전에 학습 측면에서의 준비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우리 부부가 아이들의 여행의 배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여행 전]
1. 아이들이 여행 갈 나라에 대한 책을 읽도록 한다.
: 요즘 유치원생들만 하더라도 책을 읽을 줄 안다.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좋아하는 책들을 보면 학습 만화 시리즈들이 많다. Why?, 브리태니커 시리즈 등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학습 만화들이 있고 이 중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재미있게 소개한 책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여행갈 나라에 대한 학습 만화를 손에 쥐어준다면 아이들은 집중해서 읽을 가능성이 많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그 나라의 지리, 경제, 문화, 음식, 역사 등에 대해서 대략적인 수준이라도 알게되고 궁금한 점들이 생겨 여행가서 부모들에게 물어보게 된다.

우리 아들 같은 경우에도 '그리스에서 보물찾기' 만화를 보면서 파르테논 신전에 대해 나보다 잘 알게 되었고 현장에서 나한테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예습과 복습이 중요하다고 귀가 아프도록 배웠는데 여행 전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은 여행을 위한 중요한 예습 과정이다.




2. 관련 영화나 만화를 보여주라.
: 책읽기가 여행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기에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더 좋은 수단이 있다. 바로 영화나 만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행을 가는 곳과 관련된 영화나 만화를 보여준다는데 이를 마다할 아이들은 없다.

이러한 미디어 컨텐츠는 부모들이 신경을 써서 골라야한다. 우선 내용이 재미있어야 하며 아이들이 그곳을 가고 싶어할만큼의 컨텐츠 흡입력이 있어야 하며 이해하기 쉬어야 한다.

예로 들어, 우리 가족이 벨기에 안트베르펜을 방문할 때는 고전 만화 "플란다스의 개"를 보여줬다. 왜냐하면 네로가 마지막에 보고 싶어했던 루우벤이 그린 '성모 승천' 그림이 안트페르펜 대성당에 있기 때문에...

스위스 여행에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 오스트리아 여행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요르단 페트라 여행에는 인디아나존스, 베트남 짱안 닌빈 여행에는 킹콩 (콩, 스컬 아일랜드), 요르단 와디럼 여행에는 마션 등등 세계 관광 명소는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많다.

여행 전에 관련 미디어를 시청하게 되면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펼치고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계획 세운 것은 보고 느끼게 되면 그 경험은 꽤나 오래 남는다.


[여행 중]
3. 이동 중일 때는 팟캐스트를 들어라.
: 장시간 자동차로 이동하게 되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지루해진다. 보통 이럴 때는 잠자는 것이 최고이지만 실상은 깨어있는 시간이 더 많다. 현지 라디오를 틀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기 때문에 시끄럽기만 하지 내용 이해가 안된다. 

이럴 경우 팟캐스트가 최고의 여행 파트너가 될 것이다. 요즘은 여행 관련 팟캐스트 컨텐츠들이 너무 많아서 미리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다운로드를 받고 이동 중에 들으면 좋다.

자동차 오디오에 블루투스로 연결을 하고 이동중에 들으면 전문가의 관점에서 여행지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가이드 없어도 여행지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할 수가 있다. 특히 여행지 도착 전에 듣는다면 여행지 현장에서의 이해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꼭 여행지에 대한 팟캐스트가 아니더라도 그 나라의 역사, 정치, 문화에 대한 내용을 다운로드 받아서 들으면 어른 아이 모두 그 나라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차량 이동하면서 듣는 소리가 팟캐스트 내용 밖에 없기 때문에 의외로 아이들 머리 속에 남아있다.
 
우리가 이스라엘을 여행할 때, 팔레스타인 지역과 유대인 지역으로 철저히 갈라진 모습을 보면서 이스라엘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으며 중동 전쟁은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팟캐스트에서 관련 에피소드 4편을 다운로드 받아서 예루살렘에서 갈릴리 호수까지 이동을 하면서 들었다. 나도 그 동안 몰랐던 이스라엘 독립과 관련된 세계사와 중동전쟁의 역사와 그 결과에 대해서 한번에 정리가 되어서 스스로 똑똑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 역시 대략적인 이스라엘 역사와 전쟁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도 그 팟캐스트를 듣고 대략적인 내용은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들 시각에서 이스라엘 독립은 영국과 UN의 실수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이후 유태인들이 팔레스타인들에게 혹독하게 대하였으며 그들 역시 2000여년 역사의 피해자였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 


4. 유투브로 여행지 관련 여행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라.
: 여행을 하게 되면 보통 호텔에 일찍 들어오게 된다. 야경을 볼 때 제외하고 밥먹고 들어와서 씻으면 보통 9시 정도되고 잠잘 준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행에 들떠서 피곤하지만 잠이 안온다고 한다.
이럴 때, 특효약이 있다. 바로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이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선을 넘는 녀석들, 꽃보다 할배 등 여행 관련 프로그램들은 넘쳐난다. 그리고 여행지 관련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너무나 손쉽게 Youtube를 통해 볼 수 있다.

호텔에서 짬짬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면 여행지에 대한 지식을 배가 시킬 수 있다.

우리 가족이 반 고흐가 마지막을 보냈던 프랑스 파리 인근에 있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 (Auvers-sur-Oise)에 갔을 때, EBS에서 반영했던 고흐 관련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평소였으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다큐멘터리였을텐데 현장에서 보니 내용이 쏙쏙 이해가 되었다. 또 이스라엘 성지 순례 코스를 갔을 때는 C채널에서 만든 성지순례 다큐 "약속의 땅 이스라엘"을 시청했다. 이 프로그램은 히브리대학 교수인 이강근 교수님이 직접 설명하셔서 마치 우리가 이 교수님을 여행 가이드로 고용한 것처럼 느껴졌다.

내용이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그냥 보면 된다. 보다가 졸리면 자면된다.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부모들이 관심있게 본다면 어느새 아이들도 보게 될 것이다.


5. "만일 XXX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많이하라.
"Put yourself in his shoes"라는 영어 관용구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여행의 최고 학습 방법인 것 같다. 여행지를 3자인 관광객 입장에서 바라볼 때도 있지만 가끔은 1인칭 시점으로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여행을 굉장히 풍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나는 미술에 전혀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고흐가 마지막에 불꽃과 같은 삶을 살았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돌아보면서 고흐의 시점으로 그 시골 마을의 경치를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친절하게 고흐의 작품과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을 설명하는 간판이 세워져 있어 고흐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게 배려하였다. 그 순간 내가 고흐로 빙의가 된것처럼 피사체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나이는 왜 그렇게 미치광이처럼 살 수 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그에게 그림의 의미는 뭐였을까? 등 너무 과도하게 고흐 관점에서 몰입이 되었다. 

그 순간 여행을 잘 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1인칭 시점에서 그 곳을 느껴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것 같다.

부모는 질문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이러한 1인칭 시점 경험을 하게 할 수 있다.
"너가 만일 xxx였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너가 만일 xxx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이런 질문들은 시시한 질문인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이들에게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넓혀주는 질문이다.

우리 가족이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팔레스타인과 유대인들이 경찰들 감시하에 분리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이와 비슷한 질문들을 했다. 
"너가 팔레스타인 어린이라면 저 유대인 구역에서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때 어떤 생각이들까?", "너가 유대인 어린이라면 팔레스타인 어른들을 만나면 어떻게 할 것 같니?" 등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쪽의 입장에 서서 아무도 풀지못한 팔레스타인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무엇이 이 좁은 공간안에서 상반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인지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해맑은 눈을 가진 팔레스타인 소년을 봤을 때만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여행 후]
6. 기념품을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자꾸 Remind하게 하라
: 여행을 다녀온 이후 보통 1년이 지나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까먹는 것 같다. 아이들을 더 빨리 잊어버린다. 이 때 여행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좋을텐데 비싼 기념품을 매번 살 수도 없다.
그나마 가장 효과적으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물건은 자석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던지 자석으로된 기념품은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우리 가족들은 꼭 여행을 할때마다 자석을 구매하여 돌아와서 집 냉장고에 붙인다.
이렇게 하나 둘 씩 모으다 보면 훈장처럼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아이들은 집을 돌아다니면서 냉장고에 붙은 자석들을 볼 때마다 여행의 기억들을 회상하게 된다.

7. 아이들 스스로 일기를 쓰게 하라
: 이 부분이 제일 어렵다. 먼저 아이들은 일기 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여행 다녀와서 피곤한데 일기를 쓰라고 하면 얼굴부터 찌푸려진다. 하지만 여행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정리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잔소리하면서 언성이 높아지면 역효과가 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일기를 통해 정리하도록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한다. 학기 중에 결석한 경우에는 현장학습보고서를 써야하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여행 일기를 써야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옆에서 보조 역할만 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여행에 대한 소회를 정리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