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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Paris 근교]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Auvers-Sur-Oise)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Auvers-Sur-Oise)


고흐가 1890년 5월 20일부터 자살을 시도한 7월 27일까지 79일을 살았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 이곳을 올때마다 묘한 감정과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관광지로서 그냥 좋다가 아니라 고흐라는 사람의 생에 대해 이상하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까지 3번 정도 방문을 했는데 나중에라도 뭔가 쉼이 필요할 때 이 조그마한 동네를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프랑스에서 가봐야할 곳을 묻는다면 여기를 추천하고 싶다.


빈센트 반 고흐 그는 38세에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80여점의 걸작들을 쏟아냈다.


무엇이 그를 창작에 미치게 하였으며 그가 어떤 앵글로 작품 활동에 매진했는지 고흐의 심경으로 이 동네를 거닐어 보면 뭔가 다른 맛이 느껴진다.




먼저 들린 곳은 고흐가 79일 동안 머물렀던 Auberge Ravoux 여인숙.

그 밑은 고흐가 항상 식사를 하던 레스토랑.


고흐가 머물렀던 방은 입장이 가능하나 매주 휴관일을 잘 보고 들어갈 것. 고흐의 방안은 촬영금지라서 그냥 느낌만 말하자면 예술가가 외롭게 보냈을 다락방의 느낌이다.


오베르 역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인데 여기서 고흐는 기차 지나가는 소리, 여러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고 일어나고 했으리라...



여인숙 레스토랑 앞에 세워진 간판. 반 고흐가 죽을 때까지 여기서 끼니를 해결했다는 이야기...


이 작은 동네 골목 골목을 지나서 오베르쉬르 우아즈 교회로 향합니다.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골목을 지나면서 이 골목의 모든 오브제 하나 하나가 고흐의 작품 대상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교회로 올라가는 계단.

맑은 하늘과 함께 교회 건물, 계단이 잘 어울리는 사진.

이 계단을 올라가면 교회 뒷부분이 나온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교회의 실제 모습을 앞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고흐의 작품.

여기서 고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던 것일까?


대낮처럼 밝은, 고흐의 그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노란색 배경의 교회 앞 길과는 대조적으로

시커멓고 뭔가 소나기라도 올 것 같은 하늘.

그리고 유령의 집에서 나올 법한 흐물거리는 교회 건물...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전문가의 설명과 해석을 듣고 싶었다. 고흐의 그림은 진짜 그 현장에서 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왜 이 사람이 이러한 색감을 쓰고 어떠한 붓터치를 했는지 생각을 해보면 예술작품과의 교감이 더해지는 것 같다.


이제는 발걸음을 옮겨 그 유명한 '까마귀가 나는 밀밭' 배경이 되는 장소로 이동한다.

밑밭에서 고흐가 느꼈을 느낌을 생각해 근접 촬영.


우리가 여행한 계절은 여름이라서 그런지 푸른밀밭이 넘실 넘실 거린다.

이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면 그 느낌은 사뭇다르리라 생각해본다.


드디어 장소에 도착.

밀밭 앞 장소에는 프랑스 초등학생들이 직접 나와 선생님들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우와~ 이 친구는 반 고흐가 직접 그린 장소로 나와 예술 작품을 보고 감상을 한다.

물론 집중하지 않고 뛰어다니는 녀석들이 더 많긴 하지만...


정말 이 교육 환경이 너무나 부러웠다. 대가의 작품은 책에서, 갤러리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사람이 살았던 곳에 와서 설명을 듣고 이야기를 듣는 수업.

재미있는 것은 앞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 교회> 작품과 <까마귀가 나는 밀밭> 작품의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하늘은 시커멓고 땅은 밝다는 것이다. 뭐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고흐의 삶을 반추해볼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목회자가 되고 싶어했던 고흐에게 하늘은 뭔가 한계가 있고 자신의 삶을 억누르는 부담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에 비해 땅에 사는 것들은 그와 매일 공감하는 대상으로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던 건 아닐까?


뭐 내 나름대로 해석이지만....

정말 이들 작품의 붓터치의 힘과 방향을 느끼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큰 묘미이다.

Even까마귀 날개에도 붓터치의 느낌이 살아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이 작품의 감흥은 왜 고흐의 작품이 명작인지를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반고흐의 무덤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동생 테오와 함께 누워있는 무덤이다. 동생 테오는 고흐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고흐가 자살한지 몇 년후에 형을 따라갔다. 


형제의 무덤은 오베르 공동묘지에 평범하게 조성되어 있다. just one of them으로...

대 예술가의 무덤치고는 너무나 겸손하다.

내려오는 길에 있는 반고흐 공원에 있는 고흐의 동상

그림도구를 메고 서 있는 퀭하고 마른 사람의 모습.


고흐가 나에게 주는 질문은 "너도 나처럼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니?"이다.


미친놈, 정신분열자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반 고흐는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그러한 평범한 일상이 열정의 연속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어느 미친 광인의 삶 앞에 이유없이 숙연해지는 것은 열정 없는 삶에 대한 반성이 아닐까?


그러면서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의 한 가사가 생각이 난다.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 같은 삶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정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이 가사가 계속 입에 맴돈다. 

고흐와 신해철의 콜라보가 주는 이 감흥은 그 정체가 도대체 뭘까?